저녁을 거닐다 -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저녁스케치
2015.01.19
조회 978
짧은 글 하나가 마음을 흔드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 박지웅 시인의 <택시>라는, 짧은 시가 그랬어요.
박지웅님의 '택시'는.. 이렇습니다.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정말..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택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볼이 빨개지도록 썰매를 지치고도 아쉬웠던 겨울방학.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 석자를 발견하던 날.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을 받던 어느 저녁.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목청껏 노래하던 청춘의 밤들,
그리고
첫아이를 품에 안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감격하던 날,
지금은 곁에 안 계신 엄마와 둘만의 여행을 갔던 날... 같이.
아니,
단 하루만 아무런 근심 없는 다섯 살배기로,
청바지 하나로도 예뻤던 스무살 청춘으로 돌아갈 수만 있어도
참 좋겠다.. 싶지요.
반대로..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두고두고 아쉬웠던 순간,
혹은 누군가에게 참 미안했던 순간으로
데려다주는 택시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때, 그녀를 떠나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그때, 왜 그런 말실수를 해서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그때,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할 걸...
그렇게 아쉬운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도 참 좋겠다.. 싶어요.
행복한 순간이든, 아쉬운 순간이든,
돌아갈 수 없기에 -
돌이킬 수 없기에
그래서 더 그립고,
그래서 더 아쉬운 건 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한번 쯤은,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데려다 줄 택시를 만나면 좋겠습니다.
먼 곳을 돌고 돌아,
다시, 내 집 앞에 내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