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 (목) 사소한, 뒤끝이 남는
저녁스케치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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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첫 휴가 나온 날이었다
친구들은 웃음을 잃어버리고 모두 나만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출장에서 닷새 만에 돌아온 날이었다
아이들이 들어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곧 인사하러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끝내 방문이 열리지 않았다
보험사에서는 축하 문자를 보내왔다
식구들은 저녁쯤에 모이려니 했는데 그날따라 혼자 라면을 끓여야 했다
귀빠진 지 쉰 몇 번째 되는 날이었다
눈을 뜨자 사방이 낯선 풍경이었다
벌판에 버려진 시체처럼 누워 있자니 세상은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후 마취에서 깨어난 날이었다
홍사성님의 글이었습니다, <사소한, 뒤끝이 남는>..
그러게요.
내 입으로 서운하다.. 말하자니 어쩐지 구차하고,
말을 안 하자니 두고두고 뒤끝이 남는..
그런 것들, 은근히 많죠.
그럴 땐..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서운하다고, 속상하다고, 챙겨달라고.
사소한 것들도 쌓이면 돌이킬 수 없는 틈이 되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