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성급한 결말은 어설픈 다짐을
저녁스케치
2014.12.16
조회 608
매번 12월이 되면
올해만큼은 꼭,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봐야지..
다짐을 하곤 합니다.
어디 한적한 곳에 머물면서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고,
잘 못한 일, 부족한 부분도 생각해보고
그래도 한 해, 열심히 잘 살아왔어..
나를 다독이기도 하고.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실 텐데요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지요.
모임에 떠밀려, 일에 떠밀려,
12월은 늘, 정신없이 휩쓸러 가곤 하니 말예요.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한 해의 끝자락.
그렇게 우린 제대로 마무리도 못한 채,
그래도 새해라며, 애써 새로운 다짐들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성급한 결말은, 언제나 성급한 다짐을 불러오는 법.
새해 결심들은 제법 찬란해 보이지만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한 결심들은,
조금만 지나도 금세, 급조한 티가 나고 말지요.
관련해서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씩, 아무도 없는 곳으로 잠적을 한다고 하죠.
이 시간을 ‘생각 주간’이라고 한다는데요
이 기간만큼은 하루 두 번,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의 방문 외엔, 가족도 출입 금지 -
“세계에서 가장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바로 그, 은둔의 시간이라고 하네요.
올 12월도 벌써 반환점을 돌아서려고 합니다.
바쁜 일상에 훌쩍 떠날 순 없더라도,
오래 머물 순 없더라도,
꼭 한번 - 나와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일부러라도 자신을 은둔자로 만들어 보세요.
그렇게 외로운 자리에서
가장 정직한 나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기를..
분명 -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삶이 말을 걸어오는,
멋진 시간이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