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8 (목) 찐빵
저녁스케치
2014.12.19
조회 572



겨울에 도시로 전학 와 새 학교 갔다
처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녁이 오도록 집을 못 찾고
비슷비슷한 골목을 헤매다녔다
시골집에서는 저녁때가 되면
무쇠솥을 들썩이는 밥물의 김처럼
부엌문을 열고 어머니가 나를 부르는 소리만으로
동네 어디에서 놀고 있어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나 혼자의 힘으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야 한다며,
찐빵집 앞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바라보았다
겨울 저녁 찐빵집 앞을 지나가다 보면 그때처럼
추억의 온도로 부연 찐빵의 김에 내 자신을 맡기고 싶어진다
팥소 가득한 찐빵을 뜨겁게 목구멍 속으로 밀어 넣으며
하얀 김 속에서 그렇게,
집에 가다 말고 잠시 서 있고 싶어진다


박형만님의 <찐빵>이란 글이었습니다.



찐빵집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보며,
아마도 소년은 멀리 떠나온,
시골집 굴뚝의 하얀 연기를 떠올렸겠지요.
도시에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사는 게 막막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땐 문득,
부엌문 열고 부르시던 어머니의 음성,
하얗게 피어오르던 굴뚝의 연기가 그리워집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따뜻한 나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