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수) 성탄절 가까운
저녁스케치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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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나보다
가슴과 등과 팔에 새겨진
이 현란한 무늬들이 제법 휘황한 걸 보니
하지만 나는 답답해온다 이내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값진 장신구들이 무거워지면서
마룻장 밑에 감추어 놓았던
갖가지 색깔의 사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정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무딘 주머니칼로 새겨 넣은 내 이름은 남아 있을까
성탄절 가까운
교회에서 들리는 풍금소리가
노을에 감기는 저녁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버렸나보다



신경림 시인의 <성탄절 가까운>.. 이었습니다.




백화점 앞에 세워진 커다란 크리스마스,
거리를 가득 메운 불빛들,
넘치는 선물 리스트와 택배 상자들.
화려해진 성탄절의 풍경만큼이나 얻은 것들이 많지만,
어쩐지 잃은 것이 더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시골 교회에서 울려 퍼지던 따뜻한 풍금 소리가
노을에 감겨 오는 성탄절 저녁.
우리가 잃은 것은 무언지,
정말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은 무언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