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겨울 강가에 서보면 안다
저녁스케치
2014.12.29
조회 618
사람마다 새해를 맞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들이 있지요.
해맞이를 하러 동해 바다로 떠나기도 하고,
인파 속에서 북적북적 한 해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는 분들도 있으실 거구요.
그런데 제가 아는 선배 한 분은,
양수리의 두물머리에서 한해를 맞는다고 하세요.
남한강과 북한강 -
두 물줄기가 만나 어우러진다 해서 붙여진 이름, 두물머리.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길목과 잘 어울린다.. 싶은데요
선배님은 그러십니다.
강물만큼 세월에 대해, 인생에 대해,
명징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라구요.
똑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는 없다.. 는 말처럼,
강물은 늘 같아 보이지만
어제의 강물은 오늘의 강물이 아닙니다.
아니, 지금 내가 막 발을 담근 이 강물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과거가 되어 버리는 걸요.
세월의 강물도 마찬가지죠.
잡으려도 해도 잡을 수 없고,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저 멀리 흘러가 버리는 걸..
올해도 그렇게
세월의 강물 속에 흘려보낸 기회들, 인연들이 얼마나 많은 지요.
하지만 어제의 강물이 오늘의 강물이 아니란 사실은,
한편으론 위안이 됩니다.
언제든 마음먹은 곳이 새로운 시작이란 걸,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강가에 서 보면 알게 되지요.
올해는 한번, 새로운 한 해를 강가에서 맞아보면 어떨까요.
흘러가는 세월 속에 내가 얼마나 작고 유한한 존재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척이며 흔들려도 계속 가야하는 것이 삶이라고 -
강물은 가르쳐 줄 겁니다.
그 가운데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가느다란 실개울이 강물이 되고,
다시 여러 물줄기가 모여 넓은 바다로 가듯,
나이가 들수록 더 넓고, 깊은 사람이 될 수 있길..
겨울 강가에서 서서 바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