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 (토) 가을의 편지
저녁스케치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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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신없이 이어 살았다.
생활의 등과 가슴을 수돗물에 풀고
버스에 기어오르고, 종점에 가면
어느덧 열매 거둔 과목의 폭이 지워지고
미물들의 울음 소리 들린다.
잎지는 나무의 품에 다가가서
손을 들어 없는 잎을 어루만진다.
갈 것은 가는구나.
가만히 있는 것도 가는구나.
마음의 앙금도 가는구나.
면도를 하고 약속 시간에 대고
막차를 타고 밤늦게 돌아온다.
밤 세수를 하고 거울 속에서
부서진 얼굴을 만지다 웃는다.
한번은 문빗장을 열어놓고 자볼까?
황동규 시인의 <가을의 편지>라는 글이었습니다.
우리 정말.. 그동안 정신없이 이어 살았네요.
어쩌면 가을이 오고 가는 것도 모른 채.
무성하던 잎들이 다 져 버리는 것도 모른 채..
잠시 멈춰 서 하늘을 바라봅니다.
빈 가지의 나무들도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 안에 보내야 할 것들,
버려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저무는 가을의 길목에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