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4 (월) 물고기에게 배우다
저녁스케치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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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맹문재님의 글이었어요, <물고기에게 배우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그렇게 낸 길을 미련 없이 지우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즐길 줄 모르고, 버릴 줄은 더 모르는 우리에게,
유유히 흘러가는 물고기들이 온 몸으로 말하는 듯 합니다.
남기려 애쓰지 말라고,
모든 건 그저 지나가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