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수) 책의 등
저녁스케치
2014.11.26
조회 441
책꽂이에 책들이 꽂혀있다
빽빽이 등을 보인 채 돌아서 있다
등뼈가 보인다
등을 보여주는 것은
읽을거리가 있다
아버지가 그랬고
어머니가 그랬다
절교를 선언하고 뛰어가던
애인이,
한 시대와 역사가 그랬다
등을 보이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잠깐 다른 곳을 보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네가
부끄러울까봐
멋쩍게 돌아서 주는 것이다
고영민 시인의 <책의 등>이란 글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등을 보인다는 건..
먼저 등을 돌려 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너를 믿는다..는, 무언의 신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너무, 완벽한 앞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쓰며 -
슬쩍 등 돌려주는 여유 없이, 그렇게 살아온 건 아닐까요.
오늘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오래 보아주세요.
미처 숨기지 못한 애잔한 이야기들,
따뜻한 무언가 하나.. 보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