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7 (목) 그릇에 관하여
저녁스케치
201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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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야, 그릇은 담아내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인생살이란다

어머니의 손은 젖을 대로 젖어서
좀처럼 마를 것 같지 않다
젖은 손을 맞잡고 문득 펴 보았을 때
빈 손바닥 강줄기로 흐르는 손금
긴 여행인 듯 패여 왔구나

접시들은 더러움을 나눠 가지며
조금씩 깨끗해진다
헹궈낸 접시를 마른행주로 닦아내는
어머니의 잔손질, 햇살도 꺾여
차곡차곡 접시에 쌓인다
왜 어머니는 오래된 그릇을 버리지 못했을까
환한 잇몸의 그릇들
촘촘히 포개진다
나도 저 그릇처럼 닦아졌던가
말없이 어머니는 눈물 같은 물기만
정성스레 닦아낸다

그릇 하나 깨끗하게 찬장으로 올라간다


윤석택님의 글이었어요 <그릇에 관하여>





우리 모두는,
소중한 그릇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기 마를 일 없는 손길로, 누군가 정성스레 닦고 아껴주고,
조금 낡긴 했어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소중한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귀한 그릇들.
그렇게 사랑받으며, 또 사랑을 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살아갈수록 담아내기 보다 비워가며..
잘 닦여진 하루가, 한 생이 - 찬장으로 옮겨지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