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잘 맞는다는 것은
저녁스케치
2014.12.01
조회 656


새 물건을 살 땐
나에게 잘 맞는 물건인가.. 많이 따져 보시죠.
구두 하나를 살 때도
매장에서 이것저것 신어보고
걸음이 편한가.. 몇 걸음 걸어보기도 하구요.
옷을 살 때도 그래요.
이것저것 비교하며 여러 매장을 둘러보구요,
입어도 보고, 필요하면 수선도 맡기고..
나에게 꼭 맞는 걸 고르려고 노력 하죠.

그렇게 나에게 딱 맞는 걸 골랐다고 만족했는데..
이런, 새 구두를 신고 나가면 꼭 발이 아파옵니다.
심한 날엔 뒤꿈치가 까지기도 하구요.
옷도 그래요.
그렇게 발품을 팔고, 여러 벌을 입어보고 샀는데
막상 집 안방 거울 앞에 서면
어딘가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은 뭔지..
결국 익숙한 코트에 원래 신던 구두를 신으면
아.. 얼마나 편하고 좋은 지요.
그리고... 그제야 깨닫습니다.
아무리 정확한 치수를 재고,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나에게 딱 맞기 위해서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구나.. 하고 말이죠.

세상에는, 말로나 글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결코 말로, 글로만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후자는 종종, “함께 하는 시간”을 꼭 필요로 하지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우정이라 부르는
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필요하면 금방 새 것을 살 수 있고
유행 따라 뭐든 쉽게 바꿀 수 있지만
함께 한 세월만큼은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걸..

나를 잘 아는,
나에게 딱 맞는 오랜 사람들이, 고맙습니다.
나와 함께 걸어온,
그래서 이제 익숙해져 정든, 지난 한 해도...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