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3 (수) 배추 절이기
저녁스케치
2014.12.03
조회 807



아침 일찍 다듬고 썰어서
소금을 뿌려놓은 배추가
저녁이 되도록 절여지지 않는다
소금을 덜 뿌렸나
애당초 너무 억센 배추를 골랐나
아니면 저도 무슨 삭이지 못할
시퍼런 상처라도 갖고 있는 걸까

점심 먹고 한 번
빨래하며 한 번
화장실 가며오며 또 한 번
골고루 뒤집어도 주고
소금도 가득 뿌려주었는데

한 주먹 왕소금에도
상처는 좀체 절여지지 않아
갈수록 빳빳이 고개 쳐드는 슬픔
꼭 내 상처를 확인하는 것 같아

소금 한 주먹 더 뿌릴까 망설이다가
그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제 스스로 제 성깔 잠재울 때까지
제 스스로 편안해질 때까지

상처를 헤집듯
배추를 뒤집으며
나는 그 날것의 자존심을
한 입 베어물어본다



김태정님의 <배추 절이기>란 글이었습니다.




자존심일 수도 있고,
오기일 수도 있고,
혹은 상처일 수도 있는..
끝내 숙여지지 않는 그 무엇.. 있으신가요.
이제 12월..
조금씩.. 내려놓아 보시기 바랍니다.
마음의 결무늬도 조금, 순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