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4 (목) 대장간의 유혹
저녁스케치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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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으로 만들지 않아
한꺼번에 싸게 사서
마구 쓰다가
망가지면 내다버리는
플라스틱 물건처럼 느껴질 때
나는 당장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낸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온통 부끄러워지고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이란 글이었습니다.
찍어낸 듯 똑같은 집,
똑같은 차, 똑같은 기성복에
어느새 성공이라 부르는 똑같은 길을 따라 가는 우리들..
그러면서 우린 정작 중요한 나,
가장 나다운 모습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요.
대장장이의 뜨거운 풀무질로
태어나는 호미처럼,
순도 100퍼센트의 나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