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3 (수) 행복 칼국수집
저녁스케치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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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밀려올 때 손전화 소리울림
아끼던 제자 녀석 포장마차 열었다며
오늘은 꼭 와달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버지 술주정에 가족은 웃음 잃고
어머니 집을 떠나 소식은 끊어지고
남동생 가출하여 함께 만든 포장마차

파주시 우체국 앞 통행로 골목길엔
갓 스물 애띤 소녀 청춘을 앞 두르고
칼국수 숭숭숭 써는 힘겨운 손놀림

입구 쪽 가슴팍에 양심을 걸어 놓고
칼국수 빚는 손길 행복한 포장마차
우리는 술을 절대로 판매하지 않아요

제자의 어릴 적 꿈 의상실 디자이너
술주정 아버지는 희망을 다시 찾고
지금은 행복을 빚는 맛 요리사 되었죠.

최봉희 시인의 <행복 칼국수집>


어릴 땐 행복은 그냥 주어진 걸로 알았어요.
하지만 부모님 품을 벗어나고서야 알게 됐죠.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만큼이나
행복도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다는 걸.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숱한 시련 속에서
마음의 중심을 잡는 법을 알게 된 지금은,
스스로 행복을 빚는 행복술사가 되었으니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