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3 (토) 겨울밤에 나무는 뭐 하지
저녁스케치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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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겨울밤 어둠 속 나무들은 뭐 하지
봄, 여름, 가을의 흔적을 지우개로 지우고,
어린나무들은 엄마 나무가 일러준 대로
땅속에 깊이 뿌리를 뻗어 겨울을 준비했겠지

한밤중에 나무를 바라보면 느낄 수 있지
서 있는 일이 힘들고 바람맞는 일이 고단해
손과 발이 저리면 땅의 기운으로 마사지하고
우걱우걱 신음 소리 내며 고단함을 달래는 것을

어쩌면 가을까지 정성으로 키운 나뭇잎을
하나하나 떨구어 이불처럼 포근히 덮고서
나무는 비밀공간에서 귀를 쫑긋 보초 세우고
봄을 맞으려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봄이 오면 피울 아기 잎순, 아가 꽃순 돌보며
어떤 잎순을 먼저 언제 어디에 어떻게 피울지
꽃은 언제 피우는 게 좋을지 계획을 세우느라
나무의 지끈지끈 머리 앓는 소리 들리는 겨울밤

김영수 시인의 <겨울밤에 나무는 뭐 하지>


불을 끄고 누우면 생각이 또르륵 또르륵
이리저리 굴러다니기 시작합니다.
긴 만큼 잠도 편히 자겠거니 싶지만
오히려 너무 길어 잔걱정이 많아지는 겨울밤,
시름도 한숨도 점점 깊어만 가죠.
하지만 지난 시간은 이제 놓아주기로 해요.
곧 틔울 새순만 생각하는 겨울나무처럼,
우리도 희망찬 새해와 함께 찾아올
봄날만 생각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