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5 (월) 겨울에 만나고 싶은 사람
저녁스케치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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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커피가 찾아올 때
온몸이 텅 빈 텀블러가 되는 사람

슬픔의 등과 허리를 끌어안고 울다가
눈물이 꿰뚫린 깨진 술병 같은 사람

편의점에서 삼립호빵에
삿포로 겨울이야기 캔맥주 한 캔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

서래 오뎅 같은 어묵 바에서
카스 한 병에 소주 두 병
함께 비울 수 있는 사람

손 난로 핫팩보다
붕어빵 하나씩 손에 들고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사람

마음과 마음으로 영혼의 달동네까지
연탄배달 봉사활동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초저녁부터 소주 한 병으로
밤을 삼키고 새벽을 토할 수 있는 사람

크리스마스 케이크처럼 예쁜 마음으로
서로의 가슴에 콘덴싱 보일러가 될 수 있는 사람

감사하고 그리운 사람들에게 손글씨로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 보낼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다가오는 겨울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김병훈 시인의 <겨울에 만나고 싶은 사람>


하루 차인데 들뜬 크리스마스이브와는 달리
마음이 텅 빈 듯 헛헛해져 오는 성탄 저녁이면,
더더욱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고독을 나눠도 괜찮은 사람,
마음의 한기를 가시게 할 정도의
뭉근한 다정함을 지닌 사람,
무거운 마음의 짐을 적당히 나눠지고
인생의 겨울을 함께 걸어 줄 그런 사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