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8 (목) 비운다는 것
저녁스케치
20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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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이나 토란잎은
빗방울이 잎에 얼마큼 고이면
과감히 쏟아 버린다

수정처럼 맑은 물도
감당할 무게만 담고 있다가
미련 두지 않고 비워 버린다

적당하지 않으면
줄기가 부러지기에
욕심을 멀리하는 거다

진흙 속에서도 깨달음이 있기에
말간 연꽃이 솟아 피는 거다

사람도
가지려고 담으려고만 하다가는
못 이겨 쓰러지고 만다

자신의 그릇을 키워라
그릇의 크기만큼 담을 수 있고
무엇을 담으려면
그만한 그릇을
먼저 비워둬야 하는 거다

지금 양손에
잔뜩 쥐고 있으면
행복이 들어왔을 때
손으로 받을 수 있겠는가.

조남명 시인의 <비운다는 것>


연말은 감정을 분리수거 하며
마음을 비우는 시간.
식어가는 열정과 작은 희망은
재활용할 수 있게 남겨두고,
미련과 후회는 돌아보지 말고
과감히 버려요.
하지만 사랑만큼은
차고 넘쳐도 그냥 둬야 해요.
사랑이 있어야 새로운 날들을
행복으로 채워나갈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