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 (금)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저녁스케치
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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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 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 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 쪽을 물들이기를 바랬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 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 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었습니다

최후를 생각하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한 세기는 저물고 세상을 다 태울 것 같던 열정도 재가 되고
구름 그림자만 저무는 육신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스러져 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
동살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며
최후의 우리도 그렇게 저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간이기를,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하늘 위에 마지막 순간까지
맨 몸으로도 찬연하기를



도종환님의 글이었어요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열정을, 최선을 다한 끝은
후회 없이 아름답기 마련이지요.
자신의 존재를 다해 아름답게 타오르는 단풍들처럼,
순간을 찬연하게 타올라
세상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노을처럼,
저무는 우리의 마지막도 아름답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