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5 (토) 뒤꿈치
저녁스케치
2014.11.16
조회 569
뒤꿈치라는 말 새삼 예쁜 날 있다
남의 것도 내 것도 들여다볼 겨를 없던
지난 시절에는 몰랐던 것
앞만 보고 살아왔던 시절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뒤꿈치
보아달라고 이제는 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냐고
거북등처럼 굳은살이 까칠까칠 바늘을 세운다
슬픔과 눈물을 짓이기는 데나 쓰였던,
대답 없는 땅을 구르는 데나 쓰였던 것
한 생애를 요약하면 뒤꿈치의 두께가 될까
앞꿈치로 조심조심 다가가야 할
꿈을 가졌다는 것이,
앞 끝에 힘을 주고 용수철처럼 일어선다는 일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까치발 딛고 비상을 도모하며
넘어져 깨어져도 즐거웠던 날들 뒤엔
묵묵히 굳어가는 것이 있어
꿈꾸던 세포들이 한쪽으로 몰려서 뒤꿈치를 이루었다
땀 냄새 고이 받쳐 안고 굳어진 시간의 바깥쪽
꿈의 알들은 화석이 되어가는지
거칠어서 이쁜 이름이 이렇게는 있다
복효근님의 <뒤꿈치>란 글이었습니다.
그러게요.
앞만 보며 달려갈 때는 몰랐던,
거칠어서 예쁜 이름들.. 참 많지요.
가장 낮은 곳에서 수고로운 내 삶을 받쳐준 뒤꿈치.
자식들 뒷바라지에 굵어진 어머니의 손마디.
삶의 훈장처럼 느껴지는 눈가의 주름살들.
거칠어서 더 예쁜,
그 닮의 결실들을 쓰다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