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 (월) 통사론
저녁스케치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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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와 서술어만 있으면 문장은 성립되지만
그것은 위기와 절정이 빠져 버린 플롯 같다.
'그는 우두커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라는 문장에서
부사어 '우두커니'와 목적어 '그녀를'을 제외해 버려도
'그는 바라보았다.'는 문장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그는 바라보았다.'는 행위가
뭐 그리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나 서술어가 아니라
차라리 부사어가 아닐까.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이루어진 문장에는
눈물도 보이지 않고
가슴 설레임도 없고
한바탕 웃음도 없고
고뇌도 없다.
우리 삶은 그처럼
결말만 있는 플롯은 아니지 않은가.
'그는 힘없이 밥을 먹었다.'에서
중요한 것은 그가 밥을 먹은 사실이 아니라
'힘없이' 먹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박상천 시인의 <통사론>이란 글이었습니다.
삶은, 주어와 서술어로도 가능하지만
삶을 감동시키는 것은 형용사와 부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동사보다 부사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