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8 (화) 감나무
저녁스케치
2014.11.19
조회 522



참 늙어 보인다
하늘 길을 가면서도 무슨 생각 그리 많았던지
함부로 곧게 뻗어 올린 가지 하나 없다
멈칫멈칫 구불구불
태양에 대한 치열한 사유 온몸 부르터
늙수그레하나 열매는 애초부터 단단하다
떫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다짐
독하게, 꽃을, 땡감을, 떨구며
지나는 바람에 허튼 말 내지 않고
아니다 싶은 가지는 툭 분질러 버린다
단호한 결단으로 가지를 다스려
영혼이 가벼운 새들마저 둥지를 틀지 못하고
앉아 깃을 쪼며 미련 떨치는 법을 배운다
보라
가을머리에 인 밝은 열매들
늙은 몸뚱이로 어찌 그리 예쁜 열매를 매다는지
그뿐
눈바람 치면 다시 알몸으로
죽어버린 듯 묵묵부답 동안거에 드는



함민복 시인의 <감나무>란 글이었습니다.




“풋생각을 남에게 건네지 않으려는 마음 가짐” -
여러분에게도 있으신 지요.
이제.. 까치밥 하나로
덩그러니 남은 감나무를 바라봅니다.
다디달게 익어 가을을 붉게 물들이고
마지막 남은 하나까지 까치밥으로 내어주는 감나무.
그 치열한 열정을 닮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