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사랑은..
저녁스케치
2014.10.27
조회 773

똑같은 풍경이라두요, 보기에 따라 달라보이곤 합니다.
바다는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인데..
아침해가 떠오를 때 다르고,
저녁놀이 질 때 빛깔과 분위기는 또 다르고 -
여름 바다와 가을 바다는, 전혀 다른 매력을 자랑하지요.
그리고 여기 - 밋밋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아마 당신도 이미 경험해봤을, 놀라운 기적.
그건 바로.. 사랑이지요.

사랑에 빠지면.. 신기하죠.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섞여 있어두요
내 남자 목소리는 단박에 들리구요.
저 멀리 내 여자가 걸어오면,
뒤에서 환한 빛이 비쳐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하죠.

그뿐인가요.
둘이 함께 할 때는,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다 새로워요.
봄에 피어나는 꽃들도 다 우리를 위해 피는 거 같고,
한겨울 가로등불이 이토록 따뜻한 주황빛이었나..
새삼 감탄하게 되고.
단풍 든 가을길은 또 얼마나 황홀한 지..

그래요.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은 그렇게,
잃었던 시력을 되찾는 과정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별이 가혹한 이유도,
세상이 다시, 밋밋했던 옛날로 돌아가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너무 가슴 아파하진 마세요.
사랑은 아주 가끔씩 찾아와 시력을 찾아줄 지 몰라도,
여기, 잃었던 시력을 찾아주는,
또 하나의 기적이 있는 걸요.
각각의 색깔들로,
또 함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빛깔로 물드는 가을.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날처럼,
늘 걷던 거리가, 오늘은 참 새롭게 다가옵니다.
가을엔 더 많이 보고 누리시길..

누가 알아요.
가을길을 걷다보면
오래전 잃었다고 생각하던 사랑의 시력이,
그 눈 밝은 사랑이 - 다시 찾아와 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