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수) 흰둥이 생각
저녁스케치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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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이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손택수님의 <흰둥이 생각>이란 글이었습니다.




어릴 적 정을 나누던 흰둥이, 누렁이, 쫑..
생각나시나요.
때론 아주 작은 것들이, 그 순박한 믿음이,
덧난 상처를 핥아주며, 큰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나의 유년을 포근하게 감싸주던.. 그 순한 눈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