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얘들아, 놀자 !
저녁스케치
2014.09.23
조회 588
얼마 전 백화점에 갔는데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부터, 서너 살 된 아기들까지,
제법 많은 아이들이 눈에 띄었어요.
무슨 날인가.. 싶어 봤더니,
요즘은 백화점 문화센터에 아기들을 위한 코너가 많다고 하네요.
“놀이 수업”이라고 해서
모여서 함께 놀기도 하고, 음악도 배우고, 미술도 배우고...
문화센터 창문 너머,
허수아비와 참새 놀이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귀엽기도 했지만 조금, 낯설기도 했어요.
골목길에선 아이들 웃음 소리가 사라진지 오래고,
놀이터 모래라도 조금 만지려고 하면
얼른 엄마가 달려와 “지지!!” 하며 손을 털어버리는 요즘.
대신, 유아들을 위한 놀이 교실이 성업이고
친구들과 놀기 위해선 학원에 가야한다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놀지 못하는 아이들이 되어 버렸을까..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 어릴 땐 그저, 세상이 다 놀이터고, 놀이교실이었는데..
약속 하지 않아도 골목에는 늘 아이들이 넘치던 시절.
소꿉장난 세트 같은 거 하나 없어도
나뭇잎이며 꽃잎을 따다 짓찧어 반찬을 만들고
벽돌을 빻아 고춧가루라고 솔솔 뿌리고,
늦여름이면 감꽃들을 주렁주렁 이어 목걸이도 만들고,
아카시아 줄기로 삼삼오오
계집애들 파마도 해주며 깔깔댔지요.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비석치기에 땅따먹기에로 즐거웠고,
기다란 고무줄 하나로도
온갖 신기를 보이며 신나게 놀던 그때..
아니, 아무 것도 없이 흙만 만지고 놀아도 재밌었는데...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놀이를 되찾아주는 방법,
뭐가 있을까요.
어려운 듯, 어렵지 않은 그것은 바로, 여백을 주는 겁니다.
스케줄표 대신 시간을 주고,
멋진 장난감 대신 열린 터로 보내주고,
안돼라는 말 대신 마음 것 하게 내어버려 둘 것.
반짝거리는 눈빛은, 그런 여백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일을 할 땐 쉬고 싶지만
막상 쉬면 불안하고
하루 종일 티브이 앞에 붙어있는 우리라고 다를까요.
놀이를 놀이답게,
제대로 놀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