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화) 찬밥
저녁스케치
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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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문정희 시인의 <찬밥>이란 글이었습니다.
어느 불효자의 후회어린 고백처럼,
엄마란, 생선 가시에 찬밥을 좋아하는 사람인줄 알았던
그런 날들이, 우리에게도 있었지요.
스스로 찬밥이 되어 안팎으로 자식들 훈훈하게 채워주신 엄마..
오늘따라 그 온기가,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 우린 모두
언제까지나 - 불효자인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