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4 (수) 이웃집
저녁스케치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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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감나무가 울타리를 넘어왔다
가지 끝에 오촉 전구알 같은 홍시도 몇 개 데리고
우리 집 마당으로 건너왔다
나는 익을 대로 익은 저 홍시를
따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몇날 며칠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들은 당장 따먹어버리자고 했고,
딸은 절대로 안 된다 했다
이웃집 감나무 주인도
월경(越境)한 감나무 가지 하나 때문에
꽤나 골치 아픈 모양이었다
우리 식구들이 홍시를
따먹었는지, 그냥 두었는지
여러 차례 담 너머로 눈길을 던지곤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감나무 가지에서
홍시가 떨어질까 싶어 마음을 졸였다 한다
밤중에 변소에 가다가도
감나무 가지에 불이 켜져 있나, 없나
먼저 살핀다고 한다
아,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감나무 때문인가
홍시 때문인가
울타리 때문인가
안도현 시인의 <이웃집>이란 글이었습니다.
살다보면 정말, 이런 거 있죠.
별 거 아닌데 무척 신경 쓰이고,
별 거 아닌데 괜히 속 좁은 사람 만드는....
해법은.. 하나 있어 보입니다.
“떨어지기 전에 따 드세요~~”라고 말하듯,
먼저 통 크게 양보하는 사람이, 진짜 이기는 사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