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 (금) 자연 도서관
저녁스케치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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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과 창포가 뙤약볕 아래서
목하 독서중이다, 바람 불 때마다
책장 넘기는 소리 들리고
더러는 시집을 읽는지 목소리가 창랑(滄浪)같다
물방개나 소금쟁이가 철없이 장난 걸어올 때에도
어깨 몇 번 출렁거려 다 받아주는
싱싱한 오후, 멀리 갯버들도 목하 독서 중이다
바람이 풀어놓은 수만 권 책으로
설렁설렁 더위 식히는 도서관, 그 한켠에선
백로나 물닭 가족이 춤과 노래 마당 펼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가 깊어가고
나는 수시로 그 초록 이야기 듣는다
그러다가 스스로 창랑의 책이 되는 늪에는
수만 갈래 길이 태어나고
아득한 옛날의 공룡들이 살아 나오고
무수한 언어들이 적막 속에서 첨벙거린다
이때부터는 신의 독서 시간이다
내일 새벽에는 매우 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자연 도서관에 들기 위해서는
날마다 샛별에 마음 씻어야 한다
배한봉님의 <자연 도서관>이란 글이었습니다.
그래요.
길은, 지혜는, 이야기 꺼리는, 책에만 있는 건 아니죠.
맑은 눈만 있다면
자연이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보여주는 세상도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지요. 가을,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자연 속으로 떠나 보시죠.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도서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