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금) 오빠가 되고 싶다
저녁스케치
2014.08.29
조회 611
나팔바지에 찢어진 학생모 눌러 쓰고
휘파람 불며 하릴없이 골목을 오르내리던
고등학교 2학년 쯤의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네거리 빵집에서 곰보빵을 앞에 놓고
끝도 없는 너의 수다를 들으며 들으며
푸른 눈썹 밑 반짝이는 눈동자에 빠지고 싶다
버스를 몇 대 보내고, 다시 기다리는 등굣길
마침내 달려오는 세라복의 하얀 칼라
'오빠!' 그 영롱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토요일 오후 짐자전거의 뒤에 너를 태우고
들판을 거슬러 강둑길을 달리고 싶다, 달리다
융단보다 포근한 클로버 위에 함께 넘어지고 싶다
네가 떠나간 멀고 낯선 서울을 그리며 그리며
긴 편지를 지웠다 다시 쓰노라 밤을 새우던
열일곱의 싱그런 그 오빠가 다시 되고 싶다
임보님의 글이었습니다. <오빠가 되고 싶다>
그러게요. 우리에게도
나팔바지로 하릴없이 계단을 오르며
끝도 없는 수다에 폭 빠져살던,
첫사랑에 얼굴 붉히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단 한번만이라도 싱그럽던 열 여덟,
그 나이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