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5 (금) 마음의 달
저녁스케치
201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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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마음의 달>, 천양희 시인의 글이었어요.
이제 곧, 일년 중 가장 밝고 환한 달이 뜬다는 추석이지요.
달이 기울어야 다시 차오르듯,
마음에 담아뒀던 것들도 가만히 비워내 봅니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다시 채워보기로 해요.
겸소한 마음, 그리운 얼굴들,
마음 다해 안부를 묻고 싶은 정겨운 이들 -
마음은 벌써 - 보름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