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손을 잡아보세요
저녁스케치
2014.09.08
조회 891


드디어 최대의 명절, 추석이 시작됐지요.
지금 쯤이면 벌써,
고향집에 가 계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오랜만에 자식들,
손주들 얼굴 맞댄 부모님들, 얼마나 좋으실까.
그저 차바퀴 소리만 들려도 얼굴 가득 웃음이 번져 오시죠.
근데.. 그럴 때는요,
그냥 “저희 왔어요~”하지만 마시고
손을 한번 꼬옥.. 잡아드리는 건 어떨까요.

손이 손을 잡는다는 건,
단순한 행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요.
그 사람의 인생을 읽고 싶고,
그 사람의 삶 속으로 성큼 들어간다는, 그런 의미랄까.
허영숙 시인은 말합니다.
“안녕이란 말보다
더 많은 표정을 가진 것이 악수여서
누군가를 만나면 손부터 내밀고 싶어진다
악수란
서로의 가슴에 손을 넣어 보는 것
손바닥의 오랜 무늬를
또 다른 무늬로 읽어보는 것
손바닥과 손바닥을 맞대는 순간
요약된 그의 생을 건네받는 것인데
차갑거나 물기 많은 모퉁이가 읽어지면
더 힘껏 움켜쥐고 싶어진다“

실제로 손아귀 힘, 악력은 노인 건강을 진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하죠.
악력이 떨어질수록
수년 내에 돌아가시거나
뇌졸중,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몸과 마음을 읽는데,
손만큼 정직하고 악수만큼 좋은 것도 없다 싶네요.

다시, 꼬옥 잡은 부모님의 손을 내려다봅니다.
검버섯 핀 손등에 주름진 마디들,
지문마저 희미해질 만큼 거칠어진 손바닥...
고단한 삶이 읽혀져서,
자식들 다 내어준 희생이 보여서,
헐거워진 무게만큼 날아가 버릴까.. 안타까워서.
꼬옥 쥔 손을 한동안 풀지 못할 지도 모르겠어요.
쑥스럽다 마시고
올 추석엔 꼭 한번, 손을 잡아보세요.
맞잡은 두 손으로 따뜻한 정이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