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문청'으로 돌아가다
저녁스케치
2014.09.15
조회 677

젊은 시절, 문학소녀, 문학청년이란 말, 들어 보셨나요.
윤동주의 <서시>를 읽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싶다”며 다짐하던 시절.
소월의 시에 눈물짓고,
어딘가 정말,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가 있을 거 같아
밤이면 아득히 먼 별들을 바라보고
황순원의 <소나기>와 알폰소 도데의 <별>을 읽으며
아릿한 첫사랑에 가슴 저리기도 했지요.
책이 귀했던 시절인 만큼
그땐, 제법 산다는, 책이 많은 친구가 참 부러웠어요.
귀한 책을 빌려오면 밤을 새워 읽고
좋은 구절을 노트에 꾹꾹 옮겨다 쓰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새벽 하늘이 뿌옇게 밝아오던 기억..
연애편지를 쓴다고 시집을 들춰보며 끙끙거리다
진짜 글이 좋아져,
헌책방들을 헤매는 문학청년이 된 친구도 있었지요.


하지만 언제부터일까요.
소월의 시집이 꽂혀있던 자리엔
영어 회화책이며 자기 계발서들이 들어서고
어린 왕자를 그리며 뒤척이던 밤은
어느새 대출 걱정, 자식 걱정으로 바뀌게 된 게..
우리가 무표정한 얼굴의 어른이 된,
아마, 그 무렵인가 봐요.
그런데.. 그거 느끼세요?
우리 안에 문학소녀, 문학청년이
아주 사라져 버린 건 아니라는 거.
나이 쉰.. 즈음이 되면요,
특히 남성분들은 문학청년,
아니 '문학중년'들이 된다고 해요.
서점에서 팔린 책들을 살펴봤더니요,
2,30대엔 시나 소설은 뒷전이었는데
50대에 이르면
남성분들이 점점 시나 소설책을 많이 찾고,
60대에 이르러선 여자들을 앞지를 만큼,
문청으로 돌아간다고 하네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던가요.
오소소.. 감성을 깨워주는 가을.
우리 남성분들,
코트 깃 한번 세우고, 서점 나들이 한번 나가 보시죠.
내 심장이 아직도 이토록 설레는구나..
책 한 구절이, 이리도 사람을 흔드는구나...
오래 전 잃은 줄 알았던 문학청년과 조우하는,
기쁨을 누려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