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월) 얼굴
저녁스케치
20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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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나무와 풀과 꽃은
그 얼굴 말고는 다른 얼굴이 없는 것처럼
늘 그 얼굴에 그 얼굴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 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꽃은 어떤 나비가 와도 그 얼굴에 그 얼굴
나무는 어떤 새가 앉아도 그 얼굴에 그 얼굴
어쩔 때 나는 속없는 얼굴을 굴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과장된 얼굴을 만들기도 한다
진짜 내 얼굴은 껍질 속에 뼈처럼 숨겨두기 일쑤다
내가 보기에 세상 모든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도
그저 별 다른 얼굴 없다는 듯
늘 그렇고 그런 얼굴로 씩씩하게 살아가는데
나는, 아니래도 그런 것처럼, 그래도 아닌 것처럼
진짜 내 얼굴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오늘도
쪼그리고 앉아야만 볼 수 있는 꽃의 얼굴과
아주 오래 아득해야만 볼 수 있는 나무의 얼굴에 눈독을 들이며
제 얼굴로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안상학님의 <얼굴>이란 글이었습니다.
그러게요.
속마음을 들키기 싫어서,
이해관계를 따지느라,
때론, 사는 게 뭔지, 비굴하지만 참아가며 -
우린 종종 다른 얼굴로 살아가곤 하지요.
그러는 사이 진짜 내 얼굴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진짜 내 얼굴과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나의 민낯과 대면할 때, 진실 된 사람이 되어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