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금) 내가 꿈꾸는 세상
저녁스케치
20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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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꽃모종을 심는 일입니다
한 번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들이 길가에 피어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꽃을
제 마음대로 이름지어 부르게 하는 일입니다
아무에게도 이름 불려지지 않은 꽃이 혼자 눈시울 붉히면
발자욱 소리를 죽이고 그 꽃에 다가가
시처럼 따뜻한 이름을 그 꽃에 달아주는 일입니다
부리가 하얀 새가 와서
시의 이름을 단 꽃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면
그 새가 가는 쪽의 마을을 오래오래 바라보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 마을도
꽃처럼 예쁜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되겠지요
그러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이미 꽃이 된 사람의 마음을 시로 읽는 일입니다
마을마다 살구꽃 같은 등불 오르고
식구들이 저녁상 가에 모여 앉아
꽃물 든 손으로 수저를 들 때
식구들의 이마에 환한 꽃빛이 비치는 것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어둠이 목화송이처럼 내려와 꽃들이 잎을 포개면
그날 밤 갓 시집 온 신부는
꽃처럼 아름다운 첫 아일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 혼자 베갯모를 베고
그 소문을 화신처럼 듣는 일입니다
이기철님의 글이었어요, <내가 바라는 세상>
광복절을 맞는 저녁 - 꽃 같은 세상을 꿈꿔 봅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
마음 것 꿈꾸며 이뤄가는 세상.
핏발 선 눈이 아닌, 순한 눈길의 사람들 가득한 세상.
그리고 이 시간..
꽃 같은 세상을 위해 묵묵히, 꽃씨를 뿌리는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