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월) 비 오는 날
저녁스케치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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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멀리서 오는 손님이다
낮은 곳으로
낮은 마음으로
모든 이의 가슴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눈짓이다
이 여름 소리쳐 울 때도 있다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어지러운 세상사 고개 흔들며
소용돌이치고 달려온다
내 근심 한 가닥까지도
다 쓸어갈 듯이
오랜 세월
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비는, 멀리서 오는 비는
한 방울 이슬로도 세상을 보여 주는
맑은 눈의 고요한 헌신
생명을 키우는
어머니의 그윽한 눈빛으로
새벽잠을 깨우는
저 빗소리
김후란님의 글이었어요, <비 오는 날>
조용조용 비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다독이는 위로 같단 생각이 듭니다.
네 마음 아픈 거, 속상한 거, 다 안다고..
말갛게 씻어내고, 이제 다시 시작하라고..
낮은 곳을 향하는 빗물처럼, 낮은 곳을 돌아보며 살라고...
비 듣는 여름 저녁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