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 (목) 손맛
저녁스케치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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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찌개를 먹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누군가 이십 년 된 손맛이라 일러 주었다
끄덕끄덕 주방 아주머니 손을 훔쳐보았다
식당 마루에
세 살 남짓 아이가 걸어가더니 화분의 몽돌을 집어 든다
누구 손맛인지 예쁘게 키웠다
매일 기저귀 갈아 주고 이불 덮어 주고
먹여 주고 닦아 주고 업어 주고 쓰다듬으며 키웠을
손을 생각해 보는 것인데
몽돌이 떼굴떼굴 구른다
부드러운 저 몽돌은 어느 바닷가
파도의 오래된 손맛이다
후식으로 나온 사과도
비와 바람과 햇빛의 손맛이고
사과나무 돌보던 농부의 손맛이다
손바닥을 펴 본다
손 안의 세상이 미지의 눈으로 꿈틀거린다
길가 벚나무의 수많은 손가락이
꽃눈을 밀어 올리던 맛있는 봄날
전화가 왔다
바빠도 밥은 꼭 챙겨 묵그라
수화기에서 나온 어머니 손이 물비늘처럼
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명윤님의 <손맛>이란 글이었습니다.




사과 한 알이 붉게 물드는 동안,
햇솜 같던 아이가 단단히 여물어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손길이,
얼마나 많은 눈길이 머물렀을까요.
그 고마운 손맛들이.. 우리를 키웁니다.
그 손맛이, 세상을 더, 맛있게 만들어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