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2 (화) 표백
저녁스케치
201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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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면 손수건 한 장
세탁기 속에서 표백되어 가는 것과 같다
빳빳했던 분노의 풀기와
슬픔의 소금기
함께 넣어 두었던 만년필에서 묻어나온 사랑의 흔적과
그 손수건의 가에 둘러진 파아란 선의 기쁨
모두 시간의 세제에 의해 점차 씻겨지고 표백되어
우리는 드디어 닳고 닳은,
닳고 닳아
얄팍해지고 성글어진 면 손수건 한 장으로 남는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박상천님의 <표백>이란 글이었어요.



닳아진다는 건, 성글어진다는 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거 같아요.
눈물 나게 아프던 절망도,
징글징글하게 느껴지던 삶도,
돌아보면 희미한 추억으로 웃을 수 있기에.
들끓던 감정 사그라진 자리,
미운 사람마저 덤덤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 한 뼘 자라나기에.
그 눈물과 땀의 기억을 다 아는 성글어진 손수건 한 장이,
오랜 친구처럼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