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머문 자리를 생각하다
저녁스케치
2014.07.28
조회 851


이제 장마도 거의 물러나고
이번 주에 휴가 떠나는 분들도 많으시죠.
아니, 지금 이 시간에 벌써, 그늘 깊은 휴양림이나
탁 트인 바닷가에서 계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그래요.
일상에서의 탈출,
낯선 곳에서의 하룻밤 -
정말 상상만 해도 기분 좋지요.


그런데.. 해방감이 너무 컸던 걸까요.
기분 좋은 휴가지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맨날 그러나, 어쩌다 한번인데... 하며
밤늦도록 웃고 떠들며 놀기도 하고.
잠시 머물다 갈 건데.. 하며
물건들을 함부로 사용하기도 하고.
머물다 떠난 자리, 곳곳에 쌓이는 쓰레기들은 또 어떻구요.
정말, 내 집, 우리 동네여도 저럴까..
낯선 곳이 주는 묘한 일탈감에,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는 익명성이 더해진 결과가 씁쓸합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린 종종,
삶 자체를 피서지에서의 하룻밤처럼 착각한다는 거예요.
잠시 머물다 떠나는 사람처럼,
지금 내가 편하고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살진 않는지..


북아메리카 인디언인 오논다가족은 이렇게 충고합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마다
앞으로 태어날 일곱 번째 세대까지 염두에 둔다.
우리가 할 일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더는 나쁘지 않은 세상,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는 대지 위를 걸을 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후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대로 그들을 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태어날 일곱 세대까지 생각하며
지금, 내가 머문 자리를 고른다는 오논다가족.
문득,
그동안 내가 떠나온 자리들은 어떤 모습으로 남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작하는 자리보다 마지막이 더 멋졌으면...
시작보다 마지막이 더 깔끔하고, 더 온전했으면..
그리고 언젠가 맞게 될 우리의 마지막은
가장 찬란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