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9 (화) 대동여지도는 아니더라도
저녁스케치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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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는 아니더라도
네 마음의 지도 한 장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격랑의 높이를
등고선 몇 개로 대신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그릴 수는 있을 것이다

수없이 밟았지만, 끝내 밟을 수 없던 그 땅의 이름들과
오래 울음 우는 네 여울목과
잎새 뒤 은밀하게 익어가는 사과 한 알의 과수원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둥근 늪지와
마음의 갈피마다 숨겨져 있는 몇 개의 길을

혹은 네 마음의 기상도 한 장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어디서 낮게 불어오는지
네 슬픔과 기쁨은 어느 골짜기에서 만나는지
순한 양떼구름 몰고 어느 황혼을 찾아가는지
네 눈동자에 드리운 장마전선은 언제나 걷히려는지
아마도 나는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의 끌로 새겨 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없는 일
나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 속에서 자주 길 잃어버리는 일, 그래서
내가 그린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없다는 일.



나희덕 시인의 글이었어요, <대동여지도는 아니더라도>




사랑을 하면,
그 사람의 마음, 일상, 표정의 변화,
무심코 던진 손짓 하나까지 -
모든 걸 세세히 관찰하게 되지요.
그렇게 너무 자주, 자세히 보다보면
정말이지 그 사람 마음을 훤히 아는 듯,
지도 한 장 그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 지도 안에서, 나는 어느 즈음에 있을까.
종종 길을 잃어도
영원히 머물고픈 당신의 지도.
그 가장 깊고 비밀스런 곳에 머물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