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5 (화) 나를 다리다
저녁스케치
201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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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다림질하는 아침,
잠꾸러기가 되어본다
북북, 분무기 소리게 실눈을 뜬다
다리미는 나의 등을 여러 번 지나간다
부도를 맞고 처음 마련한 집에서 쫓겨가던 날
아내는 저렇게 내등을 어루만지며 울었었다
뒤틀리고 주름진 팔로 수없이
다리미가 지나간다
놓칠 뻔했던 야윈 팔을 붙들고 여기까지
어떻게 견디며 살아왔을까
석회질로 굳어가는 뼈마디를 정성스럽게 편 아내는
옷을 훌훌 털어 돌리더니
이번엔 가슴에다 물을 뿜는다
웅크렸던 그늘 속이 더욱 서늘해진다
지나가는 아내의 손길마다 금세 훈훈해진다
기죽지 말라는 것일까
다리미 잡은 아내의 손목을 슬며시 쥐어본다
화들짝 놀라며
어머나! 이이 좀 봐, 주무시다 말고 왜 우시는 거에요?
숨죽이던 다리미가 뜨거운 입김을 토해낸다



김필영님의 글이었습니다, <나를 다리다>



이 저녁.. 구겨지고 초라해진 하루를 가져다
오늘도 꾹꾹, 정성스레 다림질을 해 봅니다.
구겨진 자존심도 다시 쫙, 펴주고,
뒤틀린 마음들도 올곧게 다려주고.
감사와 격려라는 분무기도 북북, 뿌려주지요.
그래요.
그렇게 다시, 힘을 내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