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거닐다 - 책을 읽지 않을 권리
저녁스케치
2014.07.07
조회 866
살다보면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것들이 있죠.
요리 비법을 묻는 딸에게 “적당히 넣음 되지 ~”라고 말하는,
엄마의 그 “적당~히” 같은 거라든가.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하루를 나겠다는 다짐이라든가.
그리고 이것 - ‘독서’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험에 나오니까, 호기심에, 혹은 심심해서,
우린 아주 어릴 적부터 책을 읽어왔지요.
없는 게 없고, 구하기도 쉽고, 비싸지도 않고,
거기다 언뜻 고상함까지 더해주는 미덕에
“취미가 뭐세요?”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이 되기도 하지요.
근데.. 이렇듯 쉬워 보이는 게 독서건만,
어려서나 지금이나, “독서”는 왜 늘, 어렵게만 느껴지는 걸까요.
아마도 그건, “독서”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 겁니다.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었던 잔소리, “책 좀 읽어라” -
책을 읽어야 똑똑해지고, 책에 모든 길이 있고,
이렇듯 독서의 미덕을 강조하는 말들이,
오히려 비범한 책과, 범상한 우리 사이로 갈라놓은 건 아닌가..
하고 말예요.
이제... 진심으로 책과 친해지고 싶다면,
책을 진짜로 쉽게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는 “책 읽기에 대한 열 가지 권리”로,
그 방법을 제시합니다.
책 읽기에 대한 열 가지 권리의 첫 번째는,
놀랍게도, “책을 읽지 않을 권리”로 시작됩니다.
맞아요. 책 좀 안 읽으면 어때? 것도 내 맘이지 -
일단 마음문이 열리면 이어지는 두 번째, 세 번째는 더 쉬워지지요.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아무 곳에서나 읽을 권리,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상상과 소설 속으로 도피하는 -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권리,
그리고... 읽고 나서 아무 말도 안 할 권리.
어떠신가요, 책이 훨씬, 친밀, 아니, 만만해지는 기분.. 느껴지시죠?
곧 여름휴가가 다가오는데요
여름휴가 때 한번, 책 읽기의 매력에 빠져 보시죠.
방법이요?
지금, 옆에 있는, 만만한 책 한권을 들어 보세요.
목차를 쭉~ 훑어본 다음,
또 제일 만만한 데부터 펼쳐 읽어 보는 거예요.
새소리, 매미 소리 벗 삼아 그렇게 읽다보면
누가 알아요. 언젠가 진짜 두 눈을 반짝이며,
“제 취미는 독서랍니다” 말할 날이 올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