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목)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 기도
저녁스케치
20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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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
더 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
땅속 깊이깊이 실뿌리가 내리기를

실뿌리가 매달린 눈물들은 두 작은 미소가 되어
복사꽃처럼 환하게 땅속을 밝히기를

그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한 바람에 흔들리기를

더 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
별들이 쉬어가는 숲이 되기를
쉬어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

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
나는 당신의 의자 한번 고쳐주지 못하고
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
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
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정호승 시인의 글,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 기도>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갔을까..
한 귀퉁이 무너져, 반질반질해진 낡은 의자를 바라봅니다.
묵묵히 기대갈 의자가 되어주셨던,
주름 가득한 손등의,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내 오랫 벗들..
남들 쉬어갈 자리 내어주느라
정작 자신의 것 하나 챙기지 못한 낡은 의자를 위해,
이 저녁, 조용한 기도를 드려봅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쉬어갈 의자가 되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