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금)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
저녁스케치
201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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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은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간다.
이제 와 깨달았으되,
그때의 부엌은 부재했던 내 어머니의 자궁을 대신한 공간이었다.
나는 그 어둑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고요히 불을 지켜보면서
꿈을 꾸고 먹이를 받아먹으며 몸을 불려가던 커다란 태아였다.
이후 그 아이는 아홉 살로 다시 태어나
제 어미의 부엌에서 어미의 슬픔을 먹고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50을 넘긴 지금에도 여태 부엌을 떠나지 못하고
늙은 어미가 그립거나 삶에 지쳐갈 때면
슬그머니 칼을 집어 들고 무언가를 썰거나,
끓이거나 지지고 볶으며
여전히 삶에 대한 낯선 희망과 덧없는 기대를 품곤 한다.
이렇듯 사는 일과 밥을 짓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은
서로 완전히 일치한다.
실제로 나는 비좁은 주방 옆에 놓인 식탁에서
글을 쓸 때가 가장 마음이 평온하고 어쩐지 행복해지기도 한다.
대장장이에게는 아무래도 대장간이 마음 편한 공간이듯이 말이다.




윤대녕님의 신작,
<사라진 공간들, 되살아나는 꿈들>에서 골라봤습니다.




왜.. 그럴 때 있죠.
눈물 쏘옥 빠질만큼 지치고,
희망이라곤 한 톨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깜깜할 때 -
근데.. 신기하죠.
그럴 때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갈 희망과 용기가 생기곤 합니다.
그러게요. 그 밥심이, 그 인정이,
지지고 볶으면서도 “세상은 살 만하다” -
오늘을 살아가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