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2 (토) 고집
저녁스케치
201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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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 천적인 솔개네 둥지 밑에 몰래 집을 짓는다
무덤새는 뜨거운 모래 밑에 제 몸 수백 배 집을 짓는다
고릴라는 잠이 오면 그제서야 숲속 하룻밤 집을 짓는다
너구리는 오소리 집을 슬쩍 빌려서 잔다
날다람쥐는 나무의 상처 속 구멍집을 짓는다
꿀벌과 흰개미는 집과 집을 이어 끝없는 떼집을 짓는다
수달은 물과 물 중간에 굴집을 짓는다
물거미는 물속에 텅 빈 공기집을 짓는다
바퀴벌레는 사람들 집 틈새에 빌붙어 산다
집게는 소라 껍데기에 들고 다니는 집을 짓는다
세상 모든 짐승들은
제 몸을 지붕으로 덮고
제 몸을 벽으로 세워
제 몸에 맞는 집을 짓고 산다
제 몸이 원하는 대로
제 몸이 기억하는 대로
큼직한 집을 짓는다 살아 있는 하루가 끔찍하다
하나 더 들여놓고 한 평 더 늘리느라 오늘도 나는
정끝별 시인의 <고집>이란 글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집 장만”을 꿈꾸며 살죠.
하지만 그 끝이, 또 다른 시작이 되는 건 순간이더라구요.
집이 생기면 채우고 싶고,
채우다 보면 더 넓은 집으로 가고 싶고,
넓어진 공간을 또 다시 채우고...
그렇게 하나 더 들여놓고, 한 평 더 늘리느라,
정작 소중한 인생이 다 소진돼 버리는 걸...
그래요. 너무 늦지 않게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