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 (화) 퇴원
저녁스케치
201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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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한여름에
나는 퇴원했다
밝은 햇살이 나를 향해 웃고
도시의 소음도 즐거운 노래 같던
십여 년 전 한여름에
나는 감사를 배웠다

여름 꽃이 웃는다.
이국의 한 병동에
이제 나는 의사가 되어
퇴원하는 환자에게 꽃을 준다
보이지 않는 꽃,
십여 년 전 한여름의
내 웃음을 전해준다

그래서 내 꽃은 긴 여행을 했다
당신은 그 모든 꽃 위에 의미를 주신다
피어나고 낙화하고 열매 맺는
당신의 향기



미국에서 의사이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분이시죠,
마종기님의 <퇴원>이란 시였습니다.




아픈 이들에게 꽃을 건네는 이유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처럼,
새로우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리고, 다시 건강을 찾았을 때의 그 감사를,
그 진한 삶의 향기를 오래 간직하란 의미기도 하겠지요.
감사가 나에게만 머문다면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일 뿐.
하지만 누군가에게 베푼다면
그 꽃은 긴 여행을 하며,
마침내 온 세상을 환하게 채우는 향기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