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 (토)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저녁스케치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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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걸음에 실려 오는 것은 황토길 바람뿐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꿈을 꾼 적은 없었습니다.
긴 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시간 끝에서 맞이하는 빛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하나 믿고 걸었습니다.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곳에도 없었습니다.
산등성이를 넘고 넘어서 달려왔을 뿐입니다.
그곳에 노을이 걸려있습니다.
아름다웠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지 않다고 손사래 치는
바보에게도 넉넉한 품을 주기 때문입니다.

민병련 시인의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노을을 만나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그냥 다 내려놓고 노을에 기대요.
누군가를 떠올리지 말아요.
아픈 일도 곱씹지 말아요.
좋지 않은 기억도
고단하기만 했던 하루도
노을이 모두 안고 사라질 거예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돼요.
노을이 데려온 어둠이 지난 후
다시 시작될 우리들의 새날을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