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5 (화) 불쌍하다는 말
저녁스케치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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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불쌍하다는 말만큼
오만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쌍하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과 동의어라는 것을
가끔 어머니에게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입맛이 없다며 국물만 몇 숟갈 뜨다 말아도
어쩌다 다리를 살짝만 다박거려도
어머니를 안쓰러워하고 가여워하는
그 마음이 사랑이었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 나오는
진실한 사랑이었음을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이재봉 시인의 <불쌍하다는 말>


눈만 마주쳐도 설레던 연인이 부부의 연을 맺고선
웬수도 되었다가, 둘도 없는 지기도 되었다가,
철없는 아이도 되었다가, 인생의 스승도 되었다가.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짠하다, 맘이 안 됐다, 불쌍하다.
부부끼리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들 하지만,
두 사람은 알지요. 그 모든 마음을 담기엔
사랑이란 말그릇이 너무 작다는 걸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