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8 (금) 바닥에 대하여
저녁스케치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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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 시인의 <바닥에 대하여>
지금이 더는 떨어질 곳도 없는 바닥이라 여겼는데,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그 끝을 알 수 없을 때가 있지요.
하지만 모든 일엔 분명 끝이 있습니다.
그러니 발버둥 치느라 있는 힘을 다 소진하지 말아요.
불가항력의 상황에선 잔뜩 웅크리고 힘을 모아야 해요.
그리고 바닥에 발이 닿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예요.
희망을 향해 더 힘차게 바닥을 딛고 솟아오를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