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8 (토) 가을 모과
저녁스케치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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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가을 모과 하나를 보았지요
내가 꼭 모과 같았지요
나는 보자기를 풀 듯
울퉁불퉁한 모과를 풀어보았지요
시큼하고 떫고 단
모과 향기
볕과 바람과 서리와 달빛의
조각 향기
볕은 둥글고
바람은 모나고
서리는 조급하고
달빛은 냉정하고
이 천들을 잇대서 짠
보자기 모과
외양이 울퉁불퉁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나는 모과를 쥐고
뛰는 심장 가까이 대보았지요
울퉁불퉁하게 뛰는 심장소리는
모과를 꼭 빼닮았더군요

문태준 시인의 <가을 모과>


부서지고 깨진 마음에 세월의 흔적까지,
울퉁불퉁 모난 모습이 모과 같을 때가 있지요.
그렇다고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비록 거칠고 모양새는 없을지 몰라도
은은한 자신만의 향기를 지닌 모과처럼,
우리 인생의 향기도 한층 더 짙어졌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