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8 (수) 모름지기
저녁스케치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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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가 약해져서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다
약한 자가 강해져야 세상이 바뀐다
군사정권 말기에 감옥 갔다 온 후배가 말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선배가 말했다
강자에게 약한 자들은 다 나쁜 자다
강자에게 강한 자들이 좋은 자다

강한 자에게는 강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
그런 강자는 모두 마음이 여린 자다
모름지기 강한 자는 마음이 너무 여려서
자기 자신을 배신하지 못하는 자다
니체가 말한 것처럼
강자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복종하는 자다

강한 자는 마음이 여리디여려서
남보다 먼저 아파하고 남보다 늦게 기뻐한다
남보다 먼저 아파하고 남보다 늦게 기뻐하는 자가 강한 자다

마음 약한 좋은 자들이
스스로 강해지는 약자다
그런 약자들이 세상을 바꾸는 강자다

이문재 시인의 <모름지기>


누군가의 산전수전 인생담에 함께 눈물 흘리고
노점 할머니의 물건을 몽땅 사기도 해요.

너무 무르고, 약지 못하다며 종종 타박을 듣지만,
또 불의를 보면 가만히 있지 않지요.

가진 건 성실함과 마음밖에 없는 눈물 많은 약자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 두렵지 않습니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
세상에서 제일 센 힘이 되니까.

선함보다 강한 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