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9 (목) 따옴표 속에
저녁스케치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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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한다는 그 말,
어디에고 표시하고 싶었다
눈부신 봄 병아리 노란 솜털에 적어
연초록 꿈이 돋는 앞마당에 내어놓는다
또르르르 몰려다니는 발자국 흔적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새겨지고......
소리치는 낙엽들 바스락거리며
손잡아달라고 덜컹이는 들 창문 틈새 지나는
바람의 목소리 되어
겨울 언덕 밭이랑 달리며 외친다
당신의 따옴표 속에 있을 수 있다면
지친 들판 혼자 우쭐대는 허수아비도
투명한 겨울 단풍의 마지막 아름다움도
눈발 타고 떠나는
북풍의 새털구름도 부럽지 않다
많이 사랑한다는 그 말
이제는 내 입술에 그려져 있다
별보다 까만 눈 속에 숨겨져 있다
단 하나만을 사랑할 마음, 샘물로 솟아나
지워지지 않는 표식이 되어
나를 적시며 흐르고 있다
당신의 따옴표 속에......
서정윤 시인의 <따옴표 속에>
말과 말 사이, 쉼과 쉼 사이,
일상의 틈에 따옴표를 찍을 때마다 속삭여요.
사랑해...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
그 작은 속삭임을 발견한 누군가 외롭지 않도록,
어디선가 홀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말예요.